기사 메일전송
[복지칼럼]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 문현숙
  • 등록 2022-10-04 09:29:41

기사수정

[복지칼럼] 아버지의 마지막 소망,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교수 김미정

부천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스스로 앉을 수도 없이 쇠약해진 상태로 다시 입원을 하게 된 아버지의 꿈은 소박하다. 당신의 집에 머물며 외출 후 귀가하는 가족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고 그 날의 소소한 일상을 듣는 것이다. 그러다 때가 되면 살던 곳에서 평온하게 눈을 감는 것이다.

 

생애의 마지막을 본인이 머물던 집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죽음이지만 요즘 시대에는 영화 속 장면이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다. 현실은 응급실을 몇 차례 방문하고 급성기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번갈아가며 장기간 머물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지는 시기가 오면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집에서 지내려는 마음은 가족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돌봄의 부담과 고통을 남기는 큰 욕심이 되고 만다. 방문요양서비스의 덕을 보더라도 누군가는 생업을 포기하고 주보호자가 되어 희생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설에 가고 죽음의 고비가 찾아오면 자식들은 한평생 가정과 사회에 헌신한 부모님을 편히 보내지 못하고 각종 연명치료로 생애말기의 고통스러운 삶을 연장시키고 최선을 다하였다고 자위한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해도 노인의 68.6%는 시설이 아닌 집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며,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서의 연명의료를 반대하는 비율은 85.6%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았다. 노년의 행복한 삶과 존엄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2021년 국내 사망자 수는 고령인구의 사망으로 인해 사망통계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5년 우리나라는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임을 실감하고 노인 돌봄과 노년의 삶의 질의 문제가 바로 나의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2018년 11월 이러한 광범위한 노인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해 주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늦었지만 시급한 만큼 시범사업을 토대로 의료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협력해서 실현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케어를 위해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여야 한다.

 

커뮤니티 케어를 통해 살던 곳에서 지역기반의 적절한 관리와 방문 치료, 간호를 제공받다가 생애말기에는 큰 고통 없이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거동이 불가능하고, 음식을 스스로 삼킬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지면 무의미한 콧줄과 기저귀가 아닌 자연사를 선택하여 O.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 수처럼 창문 너머의 담쟁이덩굴 잎을 보며 평온한 죽음을 기다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 조정선수단, ‘제19회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2025 파주‘ 조정 종목 금메달 쾌거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관장 김선구)은 제19회 경기도장애인생활체육대회 2025 파주에서 용인시 대표로 조정 종목에 출전하여 지적장애 4인 단체전에서 1위를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9월 12일부터 13일까지 2일간 경기도 파주시에서 개최되었으며, 총 19개의 정식종목 중 본 기관에서는 조정 종목에 3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2023년부터...
  2. 신상진 성남시장,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성남시지부와 간담회 개최 성남시가 중증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 9월3일,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성남시지부(이하 협회) 조은숙 지부장과 운영진들을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울의대 출신인 신시장은 의학적 지식과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
  3. 상대원2동제2복지회관, ICT 기반‘스마트빌리지 프로그램 본격 운영 어르신·아동 대상 맞춤형 디지털 체험 공간 마련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상대원2동제2복지회관(관장 김재성)은 성남시청 스마트도시과의 지원으로 추진되는‘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을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ICT 기반 맞춤형 돌봄·교육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복지관 내에는 키오...
  4. 위례어울림종합사회복지관, 7개 행정복지센터와 ‘위기가구발굴 및 지역복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 위례어울림종합사회복지관(관장 오영희)은 지난 9월 11일 위례어울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단대동, 신흥1‧2‧3동, 시흥동, 양지동, 위례동행정복지센터와 함께 ‘위기가구발굴 및 지역복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은 지역 내 숨어 있는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굴하고, 공공과 민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5. 강남노인종합복지관, 제26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제6회 강남복지포럼 <강남복지 50년의 발자취, 함께 여는 내일> 강남구사회복지기관협의회는 지난 11일 오후 역삼1문화센터 3층 강남씨어터에서 ‘제26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 제6회 강남복지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강남구, 강남복지재단, 현대백화점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강남복지 50년의 발자취, 함께 여는 내일’을 주제로, 강남구 개청 50주년을 맞아 반세기동안의 복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