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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3-5 별일 없으리라는 ‘믿음’)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2-12-05 19: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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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뻔뻔하고 무지한 수컷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3-5 별일 없으리라는 ‘믿음’


만연한 성범죄에 대한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은 가해자들의 배짱을 두둑하게 만든다. 성폭력범죄를 폭로하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증거 대라”라는 헛소리를 한다. “요즘 주위에 꽃뱀이 너무 많다!”며 무고죄에 엄벌을 가해야 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한다. 실제로 성폭력으로 고소당한 남성들은 유능한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아 일단 무고죄로 피해 여성을 고소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참고로 2014,15년 성폭력 사건 무고 비율은 0.5% 정도에 불과하다. 가해자에게 꽃뱀으로 몰리면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해 여성의 멘탈은 다시금 붕괴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피해자의 주변 남성들을 통해 합의를 종용하기도 한다. 이들은 “너도 행실에 문제가 있었겠지, 소문 더 나기 전에 주겠다는 돈이나 받고 얼른 합의해 주자”며 압박을 가한다. 이때, 가해자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힘든 피해자는 믿었던 주변 사람들이 행하는 2차 가해에 더욱 지쳐간다. 고소가 끝난 후 가족들과 의절하거나 남편, 연인과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성폭행 피해자로 재판을 받던 30대 부부가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자 “죽어서도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판결의 부당함을 외치고 싶었을까. 보다 더 객관적이고 엄중한 조사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힘없이 당했을 때 호소할 곳이 없어서 그냥 덮고 숨죽이고 사는 사회가 아니라, 피해자를 대변해주고 보호해주는 법과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피해자가 무서워하는 세상이 아니라, 가해자가 가혹한 처벌 때문에 무서워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은 책임을 지게 만들어 ‘별일 없으리라는’ 그들의 믿음을 깨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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