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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4-4 왜 서지현 검사 사건으로 보도할까?)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2-07 11: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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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을 둘러싼 ‘말’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4-4 왜 서지현 검사 사건으로 보도할까?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스피크아웃(Speak Out)’ 운동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1986년 경기도 부천서 성고문 폭로, 1991년 일본군 ‘위안부’ 故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 2009년 고 장자연 씨 성접대 자살 등으로 사회적 논의가 활발했었다. 2018년 초부터 미투 운동에 불을 붙인 서지현 검사는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검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며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폭로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주요 방송에 출연해 인터뷰를 한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은 미투 운동의 서막을 알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표하고 이슈화한 사람이 현직 검사라는 점이다.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모두 갖고 있는 검사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미투 운동의 공감도를 높인 것이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문제를 자기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움츠리고 침묵했지만, 이제는 ‘이게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라고 자각하게 되었다. 특히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한 ‘다원적 무지’가 깨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높은 사람이 문제 제기를 하니 그제야 주목하는 것 역시 어쩌면 불공정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그동안 억눌려 왔던 무거운 장막을 여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높이 사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들 성폭력 사건의 보도는 피해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검사의 방송 출연 후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매체들은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이란 타이틀로 매번 보도했다. 가해자로 지목되는 ‘안태근 성추행 의혹 사건’이란 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1986년 부천 성고문 사건 역시 ‘권인숙 성고문 사건’으로 피해자이자 당시 어린 대학생이었던 권인숙의 이름만 세간에 오르내렸다. 장자연 성접대 의혹과 자살 사건 보도에 있어서도 장자연의 이름만 줄기차게 입방아에 오르내렸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가해자로 의심받던 수많은 정재계, 언론계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은 조용히 사라져갔다. 피해자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를 생각하지 않는 이런 문화가 수많은 피해자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 남자였다. 가해 남성보다 피해 여성을 부각시키는 보도 방식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맘충’, ‘김치녀’ 등 여혐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여진다. ‘00녀는 있으나 00남은 없다.’(한남충이라는 단어가 생겼으니 삭제합니다) 젠더 의식이 부재한 언론은 여상을 대상화하고 자극적 소비의 객체로 전락시킨다. 과연 언론은 수많은 성폭력 범죄의 공범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미디어에 의한 여성 폭력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성차별적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정관에는 인권보도준칙,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이나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이 엄연히 존재한다. 앞으로는 가해자를 중심에 놓는 보도 방식이 필요하다.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이 아닌 ‘안태근 성추행 의혹 사건’이라고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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