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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7-4 위드 유(with you)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8-04 11: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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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평등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그날까지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7-4 위드 유(with you)


성폭력 피해를 공개하는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남성들도 “응원합니다”라는 해시태그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여성들에게 공감하며 함께 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위드유(WithYou: 당신과 함께 하겠다)’ 운동이다. 남성들은 미투 운동의 취지에 공감할 뿐 아니라 자신이 여성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경험을 털어놓고 ‘나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내가 그랬다’ 등의 해시태그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과거를 성찰하면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비겁하게 피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글도 많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남성들의 솔직한 ‘응답’이자 고질적인 ‘침묵의 카르텔’이 깨지는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조직적이고 뿌리 깊은 남성 중심 문화를 깨려면 남성들의 지지와 동참이 필요하다. “나도 성폭력 가해 남성을 보고 침묵한 적 있다”며 더 이상 침묵의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는 남성의 고백은 추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성범죄 발생 후에도 조직 내에서 묵시적 은폐가 일어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부터 나서서 막겠다는 ‘미퍼스트(MeFirst)’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시스템과 문화에 깊이 자리 잡은 성차별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는 남성들이 많아진다면 미투 운동은 더욱 지속력과 생명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려면 성범죄 피해자들의 속사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실을 밝혀 봐야 피해자가 더 손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앞으로는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미투 확산으로 성폭력 문제를 알려도 괜찮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대부분 성폭력 피해 사실을 숨기지만 미투 운동처럼 자신의 상처를 공유하고 고통을 공론화하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 ‘남의 고통을 내 고통으로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공감이다.


그러나 해시태그 운동만으로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성폭력을 폭로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지,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피해를 폭로하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스템 안으로 이 문제를 가져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우리 사회가 할 일이다. 이들과 우리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성폭력을 방관하지 않는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성희롱에 관대한 사회 인식도 바꿔야 하고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권위적인 직장 문화와도 싸워야 한다.


제대로 된 공동체는 개인의 아픔을 공동체의 아픔으로 여긴다. 공동체의 도움을 받은 개인 역시 공동체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낄 줄 안다. 이 연대 의식에는 성별이 따로 없다.

여성들은 길을 걷다가도, 전철 안에서도,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도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은 늘 그런 불안과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미투 운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여성 인권과 젠더 감수성에 대한 요구에 이에 공감하며 호응하는 남성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것이 단지 성희롱과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바로 참 민주주의의 모습이라는 깨달음 때문이다. 약자에게도 침범할 수 없는 존엄성과 인권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부당한 권력 관계의 작동을 멈추면,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미투 운동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미투 운동은 여성에게 기울어진 운동장 자체를 바로 잡자는 몸부림이다. ‘미투 운동’은 확 타올랐다가 사그라들거나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흐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지금의 흐름이 등장한 게 아니다.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의 목소리와 운동이 전진과 후퇴를 통해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


페미니즘을 알리고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다.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는 만큼 반발과 혐오가 심해지기도 한다.


미투 운동이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이를 향한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에 다수 시민이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더 이상 권력이나 지위 등의 힘을 앞세워 약자인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할 수 없다는 것을 공동체의 합의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젠더 문제를 단순히 여성의 몫이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미투 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공감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시선들이다. 그런 시선들이 사회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성의 권리와 남성의 권리는 각각 맞은편에 있는 제로섬 싸움이 아니다. 특정 성이기 때문에 비하하고 차별하는 말과 행동을 해도 당연한 것은 없고 누구도 그렇게 행동할 권리는 없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혹은, 여자라는 이유로 비하하고 불이익을 주는 말과 행동을 섬세하게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성 인지 감수성이다.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의 성 인지 감수성을 높여줄 것이다. 페미니즘 교육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특별한 만큼 남도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가 누구든 그의 의사를 묻고 존중하라고 가르치면 된다.


남성 동지들이여! 이제부터라도 동료나 상사의 성폭력 행위를 목격하면 그 자리에서 지적하거나 고발하라. 이것은 피해자를 배려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가해자도 돕는 일이다. 최근 미투 폭로로 검사, 교수, 작가, 연예인, 영화감독, 종교인이 평생 쌓아 온 사회적 지위와 명예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당신이 아끼는 사람이 계속 범죄를 저지르도록 내버려둬서야 되겠는가? 만일 같은 남성의 성폭력을 지적하거나 고발할 용기가 없다면, 최소한 성폭력 피해자에게 ‘왜 이제 와서?’ 따위의 말만이라도 하지 마라.


최근 한국 사회는 미투 운동과 함께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미투가 가리키는 곳은 인권 존중이다. 성 평등과 여성 인권이 실현되는 사회, 그래서 남녀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나가자고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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