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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페이미투(#PayMeToo)
  • 박은희 기자
  • 등록 2023-09-05 15: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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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평등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그날까지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영국 공영방송 BBC의 중국 편집장이었던 캐리 그레이시는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 동료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사직서를 냈다. “같은 일을 하는데 남성이 임금을 더 받는다. 이것은 차별이고 불법이다. 이런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업무의 차이’를 설명해 달라”는 돌직구를 날리면서. 영국 여성 하원 의원들도 이런 고민에 동참하여 ‘#페이미투’(#PayMeToo) 운동을 시작했다. ‘페이미투닷컴’을 개설해 남녀 간 임금 격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고용주가 격차 해소를 위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울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도 임금 평등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를 공개하라는 주주행동주의 그룹의 압력에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제이피(JP)모건 등 6곳이 급여 자료를 공개했다. 


실제로 2016년 OECD가 발표한 ‘성별 임금 격차’를 보면, 남성에 비해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영국은 16.8%, 미국은 18.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OECD 회원국 평균은 14.1%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에 여성 쏠림 현상이 심하다.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1.1%,(2016년 8월 기준)로 남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인 26.4%보다 높다. 저임금 노동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63.4%(2016년 8월 기준)로 과반을 넘어서고 있다. 월 250만원 미만 일자리가 남성은 39%인데 비해 여성은 70.6%에 달한다. 남성의 중위 소득은 월 300만원인데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의 60% 수준인 월 179만원에 불과하다. 정규직 일자리도 채용부터 남녀 차별이 발생한다.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남성을 우대해 여성은 출발선부터 차별을 받는다. 이런 난관을 뚫고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여성 직원의 임금은 남성 직원보다 낮다. ‘2017년 성인지 통계’에 의하면 대졸 이상 남녀의 평균 임금 격차도 65.3%이다. 쉽게 말해 남성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은 65만원가량 받는다는 뜻이다.


자랑스럽게도(?) 한국은 OECD가 성별 임금 격차 통계를 발표한 2000년 이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그것도 36.7%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이것은 25.7%인 일본과도 10%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성별격차지수’(GGI·Gender Gap Index)의 측정 지표 중 하나인 ‘유사 업무의 남녀 임금’ 격차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144개국 중에 125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한마디로 한국 여성 노동자의 모든 노동 문제가 농축된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여성 임금 노동자 중에서 35.7%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업체 규모별 임금 격차가 큰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여성 저임금의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근로 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로 꼽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여성이 종사하는 비율이 높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M자 곡선’을 그리는 점도 주요 원인이다.


25~29살에는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7%p(2015년 기준) 높던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30대에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35~39살에는 오히려 OECD 평균보다 12.9% 낮아진다. 출산과 양육의 부담이 엄마에게 주로 떠맡겨지는 현실에서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로 재취업이 어렵다. 설령 기존 자리로 복귀한다고 해도 남성에 비해 근속 연수가 짧아진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고위직에 남성들이 주로 진출하는 사회 문화도 성별 임금 격차를 벌리는 주요 원인이다.


눈에 보이는 차별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종이나 대기업에도 여전히 여성들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남아있다. 이처럼 기회나 조건에 있어서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기업과 정부의 고위 의사결정권자들도 대부분 남성이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국가 성평등지수’ 전체 8개 부문 중, ‘의사결정’ 부문은 ‘가장 완전한 성평등한 상태’인 100점 만점 기준으로 26.5점을 기록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부문은 4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율, 민간 기업의 관리직 여성 비율, 여성 국회의원 수, 정부위원회 위촉직 위원의 성비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부족한 데 있지 않다. ‘남녀고용평등법’ 8조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법과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선 유명무실해지니 결국 ‘실효성’이 문제인 것이다.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정의조차 생소하다. 임금 차별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에도 사법부는 ‘동일가치노동’인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다른 직무를 하는 경우 또는 할 가능성이 있으면 동일한 가치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협소한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이미 존재하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만 제대로 그리고 엄격하게 집행해도 이런 일이 많이 개선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임금 차별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 정부도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제야 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2018년 1월 여성가족부가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여기엔 ‘성 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 성별 임금 격차 지표 관리,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사업장에서 유사 업무에 대해 동등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엔 고용 노동부와 함께 이를 개선하기 위한 근로 감독과 지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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