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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2-5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폭력)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2-09-29 17: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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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2-5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폭력 


앞에서 서술했듯이 데이트 폭력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정서적·신체적·성적 폭력의 다양한 형태로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연애 관계는 서로의 사적인 영역이며 ‘둘 만의 특별함’으로 형성된다는 점에서 폐쇄적, 상호의존적인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데이트 관계에서 여성은 성폭력 상황에 빈번하게 노출될 위험성이 있다. 그럼에도 사랑과 폭력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데이트 폭력을 즉각 폭력으로 인식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된다.


2013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의하면, 전체 성폭력의 85%가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였고 그중 친밀한 관계가 8.7%였다. 그런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성 접촉을 한 것으로 생각할 뿐 성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으로 인식한다고 하더라도 특수한 관계성으로 인하여 문제화하기 어렵거나 은폐되기도 한다.


피해 여성이 고통을 호소하는 반면 대개의 가해 남성들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과의 경험은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쉽게 합리화한다. 이처럼 하나의 ‘사실’을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험 인식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성적인 것과 폭력적인 것은 서로 혼재되어 나타나며, 따라서 여성에게 성적 친밀함과 성적 희생이 대단히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이 이해하기 조금 애매합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설령 성관계가 여성의 동의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 동의가 암묵적인 강요에 따른 것이라면 그 당시엔 피해자가 성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했더라도 성폭력에 해당할 수 있다.


파이어스톤은 상대방의 존재를 소유하여 자신이 풍요로워지고자 하는 소망이 곧 사랑의 원천이기에 사랑은 근본적으로 이기심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사랑의 감정으로 인해 인간은 더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별 후의 상처를 잘 추스르지 못하고 집착과 원망으로 상대방에게 폭력을 가하는 소위 ‘이별폭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자 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와 그녀의 모친을 살해한 ‘성남살인사건’, 이별 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의 얼굴에 염산을 부은 ‘염산테러사건’등이 대표적이다. ‘이별폭력’도 데이트 폭력의 일종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관계 단절 이후에 경험한 폭력을 의미한다. 이별 후에 발생하는 성폭력은 스토킹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폭언, 가해 남성과 사귈 때 맺었던 성적 행위를 노출시켜 문란한 여성으로 낙인찍겠다는 협박, 직접적인 신체적 위해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여성이 이런 폭력적인 관계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게 이별을 마무리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험난하고 큰 용기를 요구하는 일이다. 피해에 둔감해진 자신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 지속적인 폭력의 공포를 이겨내야 하고 이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용기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부장적 문화가 성폭력의 기초이며 바탕이 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기든스(Giddens)는 오늘날 남성 폭력의 많은 부분이 흔들리는 가부장제에 대한 불안전감과 부적합성에서 연원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가부장제의 균열이 생기고 이로 인해 남성의 권위가 흔들리게 되었다. 남성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원이 부족해진 남성들은 남성다움을 확인하고 인정받는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데이트 성폭력은 여성을 성적인 ‘대상화(objectify)’의 존재로 취급하는 문화적 맥락과 가부장적 권력에서 배제된 남성의 불안이 합치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은 친밀성에 기반 하여 발생하므로 ‘이것은 폭력이다’라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한 폭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충분한 상황 맥락 하에서의 피해자성을 여성이 입증할 수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데 그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남성중심의 사회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관계성이 없는 ‘낯선 강간’만이 성폭력으로 인정된다. 아는 관계나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단순 강간’은 피해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데이트폭력 문제 해결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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