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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날다'를 연재합니다. ( 6-8 시선 강간 싫다면서 왜 벗냐)
  • 문현숙 기자
  • 등록 2023-07-10 09: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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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투 캠페인을 보는 불편한 시선들


송문희 저자

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정치평론가 / 전략문화연구센터 객원연구위원



6-8 시선 강간 싫다면서 왜 벗냐


2018년 6월 2일 서울 페이스북 코리아 사옥 앞에서 ‘불꽃페미액션’ 단체 소속 여성 10명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여성의 몸을 음란하게 보지 말라며 상의를 탈의했다. 페이스북이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찍은 여성 상의 탈의 사진을 삭제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왜 남성들의 나체 사진은 제제를 가하지 않으면서 유독 여성의 몸에만 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해 삭제 조치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페이스북 코리아는 삭제 사진을 복원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들의 ‘맨가슴 시위’는 또 다른 논란거리로 시끌시끌해졌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브라 없는 맨가슴을 꿈꾼다.”는 구호를 동반한 여성들의 상의 탈의 시위에 대해 경찰이 “공연 음란죄로 보기 어렵다”며 해당 시위자들의 입건이 어렵다고 입장을 밝히자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형법 제245조 ‘공연음란죄’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되어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음란성’이란 ‘일반 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 행위가 시위 중 의견 표출을 위해 단시간 동안 상의 탈의를 한 것이며 타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라고 보기 어려워 음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찰 입장에 대한 반발 여론도 불거졌다. 여성 상의 탈의를 공연 음란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남성 탈의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 공연 음란죄로 처벌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과거 한 사건을 회상해보자. 2005년 MBC 음악캠프에서 펑크밴드 카우치의 남성멤버 두 명이 바지를 벗어 4초간 성기가 방송에 노출되었다. 이 두 명은 업무 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집행 유예 2년으로 석방된 바 있다. 여성 단체 주장대로면 이들 역시 몸으로 흥을 표현했을 뿐인데 이게 왜 음란죄의 대상이 되는가 하는 지적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남성이 성기를 노출하는 것과 여성이 가슴을 노출하는 것은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재반박 주장이 있다. 해수욕장에서 편하게 웃통을 벗을 수 있는 남자들과 달리 여성이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사회가 성적으로, 혹은 야하게 여성의 가슴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더운 여름에도 답답한 브래지어에 갇혀 있는데 이것 역시 사회적 굴레라는 인식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위에서 가슴을 드러낸 것은 그러한 굴레에 저항하는 의미이니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시선 강간’에 관련한 논쟁도 불붙었다. 그동안 페미니스트를 중심으로 여성의 몸을 향해 함부로 ‘시선 강간’하지 말라는 주장이 있었다. ‘시선 강간’이란 주로 남성들이 음흉한 눈빛으로 성적인 느낌을 담아 여성들을 쳐다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시선 강간’의 문제를 제기한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을 인간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여성의 몸에 섹시하고 야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걸 멈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한 여성들이 왜 옷을 벗어 스스로 시선 강간의 대상이 되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옷을 벗었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상의 탈의라는 쉽지 않은 퍼포먼스를 선택해야만 했던 맥락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왜 항상 여성들의 몸은 성적 대상으로 여겨져 왔는가’ 하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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